🐺괴물, 짐승, 그리고 악 | 이메일 북클럽 2회차

2025. 3. 11.

지난 소식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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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이메일 북클럽의 모임장인 편집자 마디입니다.

(두 번째 레터인 만큼 특별함을 담아 '인간적'인 지각 발송을 해봅니다…

는 농담이고, 늦어서 죄송해요.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1회차에선 첫 발송이니 소박한 응답수를 뒤로하고 힘을 내보자!

그런 마음으로 레터를 보냈었는데요.

어쩐지 이번에도 민망하고 귀여운 응답률로 시작합니다.

모두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응답의 개수는 오늘도 비밀이에요.

다들… 거기 잘 계시죠? 혹시 진도가 너무 빠른가요? 😢

바빠서 책을 다 읽지 못했더라도 지난 레터에 남긴 북클럽 멤버들의 의견에

덧붙이는 의견을 보내주셔도 좋답니다.

이번 레터에는 생각해볼 주제를 함께 드리니,

3회차 폼에는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회차 진도로는 1부 2장(93쪽)부터 1부 3장(177쪽)까지를 함께 읽었습니다.

이번에는 밑줄 친 부분들을 먼저 소개해드리고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은 주제를 보여드리려고 해요.

참, 새로 오신 여러분도 모두 환영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 왜 그는 동물이 자기보다 더 야만적이라고 생각했을까?

이번 회차에서는 2장 "동물과 악의 문제" 그리고 3장 "본능, 본성, 목적"을 함께 읽었습니다. 아래 부분을 인용해주신 분은 동물을 마치 악의 상징이자 악 그 자체의 속성을 지닌 것으로 믿어온 서양인의 고정관념을 지적하는 대목이 인상 깊었다고 해요. 특히 인간의 잔인무도한 행동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동물의 행동에만 보다 더 가혹한 잣대를 들이미는 인간의 모습을 되새겨보며 인간에게 모순적인 면이 크게 숨겨져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남겨주셨어요. 저 역시 동물의 본능적인 행동에 어떤 '의도'가 있는 것처럼 묘사해온 서양인들의 사고를 꼬집어주니 통쾌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의 무기는 적어도 가장 큰 동물의 무기만큼 강력했고, 동물은 먹을 수 있는 대상이나 정말로 신경을 긁는 대상만 공격하는 반면 사냥꾼은 겨냥할 수 있을 만큼 큰 동물이면 무엇이든 총을 쏘려 했다. 왜 그는 동물이 자기보다 더 야만적이라고 생각했을까? 문명화한 서양인은 왜 늘 그렇게 생각해왔을까? _102~103쪽

📌 공격성은 정말 '우리가 가치를 두는 대부분의 활동과 직접 결부된 본성'일까?

지난 회차에서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내용을 읽어보았지요. 그래서 전 이번 회차 분량을 읽으며 인간의 악한 본성에 대해 생각했어요. 그래서인지 2장의 공격성 부분을 인상깊게 읽어주신 분이 많은 것 같아요. 아래 부분을 인용해주신 분은 인간의 공격성이 사실은 애정을 갖는 능력에 기반한다는 발상을 알게 되어 신선했다고 해요. 애정을 갖기 때문에 배타적이게 되는데, 그 배타성이 공격성의 기원이라는 게 왠지 납득이 간다고요. 읽고 보니 저도 고개를 끄덕이게 돼요. 막 새끼를 낳은 어미 동물이 특히 공격성을 보이는 것도 '지킬 것'이 있기 때문이잖아요. 인용한 부분은 2장 끝자락인데요, 미즐리는 3장에서 '목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 논의를 이어갑니다.

자기 종을 향해 공격성을 가질 수 있는 동물만 애정을 가질 능력이 있다는 것은 로렌츠가 내놓은 가장 흥미로운 의견 중 하나다. 자기 종의 일부를 친구로서 구별하려면 동시에 다른 이들을 적으로서 구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가장 단순한 차원에서, A를 향한 사랑을 표현하려면 이따금 B를 공격하거나 적어도 위협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_128쪽

📌 다른 사람들이 밑줄 친 짧은 문장들

빈번한 폭력을 그저 시인들과 역사학자들이 꾸며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런 생각에 저항하는 사례가 오늘날 비교적 흔하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참으로 터무니없을 것이다. 그런 소름 끼치는 거짓을 꾸며낸 이유로 공격성 자체 말고 도대체 어떤 동기가 있을 수 있을까? _100쪽

인간은 언제나 자신의 흉포함을 인정하기를 꺼렸고, 그래서 동물을 실제보다 더 흉포하게 그림으로써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 했기 때문이다. _104쪽

💬 공격성? 배타성?

오늘 살펴본 두 개의 단락 모두 이야기 나눌 거리가 많은 주제라고 생각돼요. 다른 동물이 인간보다 더 야만적이라고 생각했던 문명인의 믿음은 무기를 사용한 지배라는 폭력성으로 이어졌지요. 이 사고방식은 단지 동물에 대한 것으로만 표출되어온 것이 아니라 우생학적인 논의, 즉 '야만인', '흑인', '유대인', '동양인' 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뒷받침하는 논리로도 유구하게 활용되어 왔고요.

이런 공격성이 애정에 기반한다는 것,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분 짓고 그 경계를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공격성과 폭력성이 표출된다는 이 책 속의 논의에 다시 집중해보게 돼요. 인간의 악한 행동들이 결국 '사회적'인 본능, 배타성과 관련 있다는 것이요. 배타성이 주는 이점 또한 분명하지만, 갈수록 파편화되고 개별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배타성이 갖는 위험성도 무시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아르' 님이 짚어주신 부분, 즉 "인간보다 동물이 야만적이라는 믿음이 뿌리내린 사회에서 동물에 대한 사고방식이나 동물을 대우하는 인간의 행동을 (특히 동물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바꾸어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문제와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행동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는 것은 큰 틀에서 맞닿아 있는 듯합니다.

배타성은 정말 공격성의 기반일까요? 그리고 이 공격성 문제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요?

야만, 즉 동물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을 제거하고 인식을 전환시킬 수 있을까요? 그것은 어떻게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갈등에 영향을 주게 될까요?